내가 즐겨쓰는 모자는 뉴에라의 39THIRTY 라는 모델인데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는지 최근엔 잘 들여놓질 않는다. 그래서 재작년 여름 제주 뉴에라 매장에서 발견하고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 두 가지 모델을 바로 사버렸다. 그중에서도 왠지 항상 뉴욕양키즈만 쓰게 되는데 아무래도 레드삭스의 빨간 로고가 좀 부담스러워서일까.

올 들어 1월에 아이와 함께 한 번 가기로 했던 서울 시내의 음식점에 가던 날 이 모자를 쓰고 나섰다. 그런데 분명 일요일과 공휴일만 휴무라던 그 식당이 웬일인지 평일인 그날 문을 닫았다. 심지어 안에 스탭들이 있다가 "오늘 안합니다"라고 알려주기까지 했다.
2주가 지나 주말 점심식사를 하러 자주 가는 집 근처 막국수집에 갔는데 한 번도 문 닫은 적이 없던 그 집 문이 닫혀 있었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휴업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문득 오늘도 레드삭스 모자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별로 징크스를 믿지 않는 나도 '이 모자를 쓰고 나왔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에이 그럴리가 있나. 우연이겠지. 나중에 반드시 아닌 걸 확인해 주겠어!' - 사실 '아닌 걸 확인하겠다'는 마음은 이미 징크스를 믿고 있다는 거 아닌가?
다시 시간은 흘러 그저께, 은행 업무를 보러 갈 일이 생겼고 의도적으로 이 모자를 챙겼다. 징크스가 아닌 걸 강제적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돌발상황이 있을리 없는 은행업무에 레드삭스를 쓰고 나선 것이다. 전철역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라 걸어가기로 했지만 날은 너무 추운데 눈도 오고 바람도 불어 제법 힘들었다. 오르막 길 끝에 은행 건물이 보이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며 마음을 조금 놓은 순간 입구에 셔터가 내려져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설마?!'하고 가까이 갔는데 역시 셔터였다. 앞에 붙은 종이에는 '건물에 확진자 발생하여 내부 소독중. 오후 3시부터 영업재개 합니다'라고 쓰여있었고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밤비노의 저주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