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연 때 조금의 톤 부스트 겸 연주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트레몰로 페달을 켜놓은 채 한 곡을 연주하곤 한다. 앰프가 브레이크업 상태라면 기타의 볼륨 노브 조절로 트레몰로 효과를 크게 혹은 작게 만드는 게 가능하고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트레몰로가 드러나는 세팅으로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페달의 존재감은 굉장히 미묘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말 풀톤(Fulltone)을 비롯한 핸드메이드/부티크 브랜드들이 트레몰로 페달을 소개할 때 '부스트 기능'을 강조하곤 했는데, 트레몰로 이펙트라는 건 단순하게 봤을 때 소리가 났다 안났다를 반복하는 것이라 사용할 때의 평균 음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소리를 부스트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펙트 페달의 노브들(기본적으로 intensity 와 speed)을 0에 놓고 페달을 'on' 하면 리니어 부스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뭐 그렇다고는 해도 굳이 트레몰로 페달을 제 용도(트레몰로 효과)로 쓰지 않으면서까지 클린부스트를 얻을 일이 있겠냐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2015년쯤부터 드라이브 페달이나 부스트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앰프의 브레이크업된 소리만으로 공연을 해오면서 가끔은 이런저런 문제로 뭔가 살짝 모자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효과를 위해 페달보드에 장착해 놓은 트레몰로가 켜져있는 줄 모르고 연주하다가 '오늘따라 뭔가 모자란 느낌이 없네?' 했던 것이 트레몰로를 항상 사용하게 된 계기였다. 거의 물론(Moollon) 제품으로 이루어진 페달보드여서 당연히 물론의 페달이었고, '트레몰로의 부스트 느낌'을 확실히 경험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그간 사놓았던 것들을 포함해 이런저런 제품들을 테스트해 보았지만 현재까지는 물론 트레몰로처럼 나의 개인적인 용도에 적합한 건 없는 듯 싶다.
클린 톤 기반으로 본래의 트레몰로 효과를 위해 사용한다면 90년대 부티크 페달 붐 초기의 제품들부터 체크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앞서 언급한 풀톤의 수파트렘(Supa-Trem)이라든가 데메터(Demeter)의 트레뮬레이터(Tremulator), 디아즈(Diaz)의 트레모딜로(Tremodillo)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데메터의 트레뮬레이터의 느낌을 좋아한다. 기타리스트 라이쿠더(Ry Cooder)와 데메터가 친한 사이인지 내부 트림팟이 라이쿠더의 설정값으로 조정되어 나온다. 가장 부드럽고 스무스한 느낌이라 선호하긴 하지만 디아즈나 풀톤의 것도 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보스(Boss)를 비롯한 중저가 트레몰로들의 경우 '트레몰로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명제에는 부합하지만 확실히 매력은 부족하다. 악기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계속 치고 싶은, 손과 귀가 즐거운 느낌', 그리고 '내 음악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하겠다. 최근 제품 중에는 의외로 Jimmie Vaughan 이 추천한 Strymon 의 Flint 라는 제품이 있지만 리버브와 일체형인데다 어댑터를 사용해야 해서 그닥 궁금하지는 않고 기회가 닿으면 천천히 들어볼 생각이다.
현재 내가 클린 톤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는 트레몰로는 위 사진의 혼다사운드웍스의 것으로 기본적으로 데메터나 디아즈와 비슷한 뉘앙스의 톤이다. 그리고 가운데의 것이 트레몰로의 기원을 찾아 구입했던 디아몬드(DeArmond)의 트레몰로컨트롤(Tremolo Control). 60년대에 나온 두번째 버전(첫 버전은 40년대에 나왔다)이다. 일단 120VAC 전원 케이블이라 불편하고, 내부의 물통 같은 게 돌면서 전기 신호를 줬다가 끊었다가 하는 원시적인 구조라 (유튜브에 검색해 보시길) 불편한 데다 보통 유리창 워시액을 넣어주는데 마를 때마다 보충해 줘야 해서 무척 불편해서 거의 안쓰게 된다. 하지만 후세의 트레몰로 페달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내추럴한 트레몰로 톤의 원형이랄까,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뉘앙스는 일품이다.
몇 개월 전에 쓰다 만 글을 이어 쓰느라 내용이 삼천포로 빠져버리는 바람에 물론으로 시작해서 디아몬드로 끝나게 되어버린 점 양해 바라며, 디아몬드로 녹음한 <블루스 더, Blues> 앨범의 수록곡 "한마디만해줘요"를 링크하며 마친다. (업데이트: 유튜브 영상이 삭제된 듯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