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인 지인 픽스님 @pixpix 께서 프리오더 후 수령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는 바람에 결국 에어팟프로 구입 시점과 겹쳐버려 애물단지화 되어가던 누라루프 이어폰을 들고나와 '한 번 소리나 들어보시라'며 건네주었다.
마침 내 비츠 X 가 맛이 가던 시점과 맞물려 고맙게 받아들고 이후 자연스럽게 기변을 하게 된다.
비록 음악 종사자이긴 하지만 오디오 기기의 사운드 퀄리티는 중간만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그렇기에 아이폰에 번들로 같이 들어있던 유선 이어팟보다만 나으면 된다는 기준을 갖고 있는데, 이어팟의 경우 탁한 고음과 먹먹한 중음, 그리고 좋지 않게 강조된 저음이 무척 거슬렸다.
누라루프는 어디서 상도 타고 (award-winning) 개인맞춤형 사운드(personalized)에 '당신의 마지막 이어폰'이라는 리뷰 문구까지 봤을 때 '좋은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기에 내 느슨한 기준 쯤은 충분히 만족시킬 거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충전
10분 충전으로 2시간 사용가능하고 완충시 최대 16시간 이상 간다고 하는데 확실히 하루이틀 다니면서 많이 써도 모자라는 일은 없었다. 보통 자기 전에 충전기에 물려놓기 때문에 완충에 얼마나 걸리는지는 불명. 이어폰에서 나오는 안내 목소리가 현재 몇 % 남았는지 알려준다.
사운드
스마트폰의 자체 앱을 이용해서 펌웨어 업데이트도 하고 맞춤형 사운드도 저장한다. 퍼스널라이징은 그냥 현재의 주변 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하는 것 같은데, 시작하면 로봇음 내지는 초음파 같은 소리들이 약 30초에서 1분 가량 들려온 후 '완료되었다'고 하니 이처럼 신기할 수가 없다. 위 사진과 같이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세팅이 되긴 하는 것 같은데 사실 결과는 대동소이 하다고 느껴진다. 맨 아래 '몰입 모드'는 결국 '저음의 강도 조절' 같은 느낌으로 한 칸 정도 줄여주는 게 딱 좋다.
요즘 나오는 이어폰 치고는 본체의 크기나 무게도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그런 튼실한 피지컬에서 탄탄한 사운드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닌가?) 듣고있으면 역시나 큰 통에서 나오는 만큼 여유있는 헤드룸, 괜찮은 질감,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실하지 않은 중역대'가 썩 만족스럽다. 60년대 이전의 재즈나 블루스, 6070 클래식록, 7080 팝과 하드록, 8090 메탈과 그런지, 당시 유행하던 레트로 사운드, 그리고 최근 음악까지 다 테스트해 보는 편인데 확실히 중역이 부족하면 옛날 음악이나 록 계열은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착용감 및 기타
두 이어폰을 연결해 주는 와이어가 귀 뒤로 넘어가게 되어있어 아래로 내려가는 제품들에 비해 와이어가 흔들리는 소리나 마찰음은 훨씬 적지만 없지는 않다. 또한 사진에서 보이듯 와이어 중간의 동그란 부분이 뒤통수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어딘가에 머리를 기댈 때 저 부분이 딱 걸리면 무척 거추장스럽다. 개인적으로 커널형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어팟과 에어팟 같은 일반적 형태의 이어폰이 귓구멍에 잘 맞지 않아 흘러내리는 경향이 있어서인데 그런 면에서 누라루프는 역시 만족스럽다. 단, 처음 기본으로 달려있던 고무캡이 초기엔 딱 좋은 것 같았는데 1년 넘게 착용하다 보니 소리가 새는 경우가 많아져서 한 사이즈 큰 걸로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처음 받아 사용할 때엔 이어폰을 꺼내어 착용하면 자동으로 기능이 활성화 되는, 즉 탈착으로 On/Off 가 자동으로 되는 식이라 일면 편하기도 했지만 아주 가끔은 저절로 꺼진다든가 파우치에 넣어 보관중에 켜진다든가 하는 일이 일어나 통제불능이 되기도 했다. 한 두 달 후 펌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어 그 후로는 반드시 직접 전원을 컨트롤하고 있고 딱히 불편하지는 않다.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 목소리는 친절한 영어 사용자 여성이었으나 펌웨어 업데이트 후 친절하다 못해 살짝 주눅이 든 한국 언니로 바뀌었다.
노이즈캔슬링... 이라는 기능에 대해선, 이 제품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잘 모르겠다. 음악 들을 때 노이즈가 캔슬링 된다기 보다는 바깥 소리를 듣고 싶을 때 마이크가 켜진다는 느낌이랄까. 원래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바깥소리 잘 안들리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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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좀 있어서 여름에 안좋지 않을까 했으나 별 문제 없이 지나갔고 장시간 착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사운드도 만족이고 이어폰 자체를 터치하는 걸로 볼륨조절이나 곡 스킵을 하지 않으니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는 아재라서이기도...) 기능도 대략 만족. 완충시 사용시간도 길어서 좋다. 이어캡은 한 사이즈 큰 걸로 교체해 볼 예정.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후 코로나 19 창궐로 인해 픽스님께 보답할 기회가 아직 없었다는 정도?
조만간 꼭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