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보드 #1
한 번 앨범을 낼 때마다 필요에 의해 페달보드의 구성이 크게 바뀌어서 지난 10여년의 로다운 30 역사에는 세 가지 버전의 페달보드가 있다. 그간 모은 페달도 워낙 많아서 하나둘씩 바꿔 붙이기 보다는 전에 쓰던 보드는 그냥 원형대로 보존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략 3개의 페달보드를 갖고있었는데 '윤병주와 지인들'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또 새로운 보드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페달보드 1'의 구성물들을 배선째로 들어내어 따로 보관해 두었었다.
그러던 작년 가을쯤 눈뜨고코베인과 함께 공연 하던 날 눈코의 기타리스트 최영두님이 자작으로 만든 페달보드에 눈길이 갔고 언제든지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해서 결국 올초에 두 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52cm x 30cm 사이즈의 빨간색 보드로 로다운 30 1집을 내고 공연하던 시기의 '페달보드 1'을 다시 살려내기 위한 것이었다.
1집 시절이라 아무래도 지미헨드릭스를 위시한 6070 클래식록 스타일의 기본에 충실한 구성이다.
당시 나온지 얼마 안된 물론(Moollon) AB Box 로 보스 TU-2 튜너를 분리했고 시그널은 Lotus Octah - Fuzz 32 - Tone Bender MK II prototype - Class A Boost - Revibe - Distortion 순서로 전부 물론의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페달파워는 뮤지콤의 초중기 모델.
퍼즈 32와 톤벤더는 그냥 둘 중에 아무거나 골라쓰는 용도이고 클래스 A 부스트는 사실상 모양새로 붙여놓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실사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바이브를 제법 많이 사용했고 디스토션은 (당시엔 정식옵션이 아니었던) 'Extended Headroom' 버전이다. 익스텐디드헤드룸이란 '논-클리핑(non-clipping)', 즉 풀톤(Fulltone)의 '컴프컷(comp-cut) 모드'와 같은 개념으로 드라이브 게인보다는 최대한 클린한 부스트를 위해 사용했다. 같은 '익스텐디드헤드룸' 모드에서도 오버드라이브에 비해 디스토션이 좀 더 전대역이 평탄하고 내추럴한 느낌이고, 이 당시 이미 오버드라이브류에 좀 질려있기도 했었다. 윗줄에 있는 디스토션을 쉽게 밟기 위해 해먼드 케이스 하나를 희생해 받침대로 삼은 사치는 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쓰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로 마춘 빨간색 보드에 다시 자리잡으니 '다음 공연은 이걸로 해보고 싶은' 기분이다.
코로나 19만 아니었다면 말이지.